D-1

2016.11.24 12:12 from 분류없음





오전 중에 헌옷과 책을 수거하는 차가 온다고 해서 부산하게, 미친듯이 정리를 해서 실어 보냈다. 오늘의 제일 크고 중요한 일정 중 하나(!)가 지나가고 나니 피곤도 밀려오고 안도감도 들어 마루에 벌렁 드러눕는다. 아침까지 보일러를 때서 그런지 아직 온기가 남아 있다. 가만히 누워서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떻게 해도 손에 닿지 않을 높은 천장 귀퉁이에 거미줄이 하늘 하늘 날리고 있구나. 멍하니 공기에 흔들리는 회색 줄을 바라본다. 내 몸에 닿는 공기의 흐름이 저기에서 보인다. 높은 복층 천장까지 음악 소리가 차오르는 걸 보면서 좋아했었지. 넓은 공간에 음악이 퍼지듯이 어쩐지 나 자신도 넓게 퍼져나가는 것 같았었다. 서향이라 겨울 오후 창에 한가득 햇살이 들어오듯이 한 가득 음악이 있었다.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니 차가운 공기에 하늘이 파랗다. 내가 기억하는 제대로 겨울 하늘. 문득 그 창 아래쪽 귀퉁이에 걸린 그믐쯤의 달이 보인다. 고마운 흰 한 조각이 걸려있다. 국민학교 때 교과서 속 이야기에 나오던 공주를 기억하는 건 그처럼 나도 달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사를 온 첫 날 창밖에 걸린 달을 보며 마음이 부풀었듯이 지금 다시 달을 보며 웃는다.  한 순간이 가득 찼다. 손에 달을 가지지 않아도 충만하다.


잊지 못할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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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깊은곳으로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