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고 끝에, 하지만 충동적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한 동안 인터넷으로, 지인을 통해 집을 알아보고 답사 다니느라 바빴다. 서울 집을 세 놓고 우리도 세로 가는 거지만 생각만큼 조건이 맞으면서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기 쉽지 않아서 마음도 졸이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거짓말처럼 아직 짓고 있는 집을 계약하게 됐다. 우리집도 좋은 분들에게 세를 주게 된 것 같고. 

 

그간 양평에 다녀올 때마다 생각만 하던 일을 실제로 하게 된 건, 남편도 나도 우리 인생이 이렇게 흘러올 줄 몰랐다라고 표현하게 되는 그런 과정이었다. 나드림 교회에 오게 되면서 양평을 오가게 되었고, 부모님이 여수로 내려가시면서 장거리 차타기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내려갔고(그렇지 않았다면 차 타기는 영영 '너무 어려워서 큰 맘 먹지 않고는 힘든'일이었을 것인데), 서울에서 춘천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개통되었는데 남편은 2년 전 여의도에서 잠실로 직장을 옮겼을 뿐이고, 교회와 연결된 지인들이 그 곳에 있고 보니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는 것 보다 정착이 쉬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그렇게 하나씩 조건들이 갖춰지면서 갈 수 없을 이유들이 하나씩 지워져 버렸다. 결정 후에 남편도 나도 우리가 이렇게 결정을 할 줄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우리는 한걸음씩만 걸어왔을 뿐인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 와 있었다.

 

2.

 

내 경우 음악을 들으면서 쌓은 애정의 역사가 있다면 셋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음악을 좋아함', '음악과 뮤지션을 좋아함', '방송하는 뮤지션을 좋아함' 

 

첫번째의 대표적인 예가 이승환과 더 클래식이다. 이승환 같은 경우 앨범은 꽤 많이 소장하고 있고, 지금도 꽤 많이 듣는다. 근데 내가 그의 팬이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은... 행보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고 앨범도 사는데 애정이 샘솟는 건 아니니고... 그래도 좋아하는 쪽이긴 한데 말이다.  더 클래식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85%의 음악'이라 딱지를 붙였던 것 같은데 그 85%라는 숫자가 희한하게 줄어들지 않고 가끔 갈증처럼 듣고 싶은 생각이 나는 음악으로 살아남아서 여기까지 왔다. 이번 앨범도 한 번에 혹하진 않더라만 듣고 있으니까 또 듣게 되네.

 

두번째 부류의 대표는 유희열이 될 것 같다. 사실 감성변태 유희열은 안좋아하는데 유희견 유희열은 좋아한다. 음악도시를 들었으나 라디오 천국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던 기억도 있고. 하지만 토이 4집은 인생의 잊을수 없는 순간들의 사운드트랙이 되어주었고, 20세기가 끝나고 21세기가 시작되는 시기를 기억하게 하는 상징같은 것이다. 이 사람이 잘 해나가고 있는 건 기쁘고 보기 좋다. 그를 보고 자라는 세대가 있는 것도 좋다.

 

신해철이 세 번째 그룹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데... 그의 음악은 나랑 안맞는 구석이 많았고, 그의 말과 언행에 내가 꼭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았을지라도 사람들이 선뜻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말하는 사람으로 그의 가치를 인정했다. 청소년기에 그의 라디오를 들으면서 자라 고맙게 생각한다. 음악을 장인정신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었던 사람이었고 말하고 쓰는 센스가 대단한 사람이었지. 중2병의 에너지로 넘쳐나던 남자였는데... 그 에너지가 이렇게 말도 안되게 사라져간 걸 받아들이는게 쉽지 않다.

 

한 명 더 마지막 부류에 추가해보자면 요즘의 윤종신. 5집 이전의 윤종신은 내게 별 의미없는 가수였는데(목소리도 안좋아했고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도 안했음), 5집부터는 '아, 좀 진지하게 이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그 앨범의 곡들은 아직도 귀에 잘 들리고. 그의 예능인+뮤지션으로서의 삶을 몇 년간 지켜보고 있노라니 생활인으로써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고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잘 하는 일도 하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내고, 그런 음악을 할 사람들을 찾아내서 기획사를 경영하는.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고, 유희열의 새 앨범이 나왔구나. 앨범을 듣기 전에 나왔단 말만 듣고 있었는데, 병원 갔다가 대기실에 울려퍼지는 음악을 듣고 웃었다. 아, 정말 음악에 유희열이라고 써 있는 곡들이 있네. 나 같이 무딘 사람도 알 정도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이라는 가사가 마음에 들리면 고등학교 시절 교실의 냄새가 코 끝을 스치는 것 같은데, 어떻게 벌써 이렇게. 그리고 그는 어떻게 이렇게.

 

 

 

 

 

 

Posted by 깊은곳으로 트랙백 0 :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