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겨울병.

2015.12.08 09:55 from 분류없음

12월 8일



1.

겨울 냄새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뭔가 과학적으로 규명된 게 있을 것 같은데...


2.

침대에 발라놓은 버터처럼 아침마다 몸을 떼어내기가 힘들다. 일찍 자는데, 늦게 일어나고 있다. 정말 올해는 너무 에너지를 많이 써서 거의 방전 상태인건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며칠만 있고 싶은데 그러기엔 삶의 드라마가 너무 많다.


3.

누군가 나에게 '취미도 없으신데'라는 말을 했다. 앞 뒤 문맥과 모든 맥락 등등을 다 봐도 전혀 악의가 없는 말이었는데 저 말이 진실이라는 사실에 내상을 입고야 말았다. 머리에서 그 말이 안떨어져!! 내가 믿어왔던 '나인 것'이 더 이상 내가 아니라는 걸 다시금 확인하는 기분.

 

좋아하는 일들과 싫어하는 일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좋아하는 일과 아무것도 아닌 일들의 차이가 이젠 너무 적어져버렸다. 기쁨이 커야 동력이 생기는데 시시한 기쁨-오, 이건 쓰면서도 가슴에 서리가 내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뿐. 시시한 기쁨이라니. 시시한 기쁨이라니. 닐 게이먼의 이야기 속에서 Delight가 Delirium이 된 것도 아니고... Delirium은 컬러풀하기라도 하지!


4.

오래 된 지인들을 오랜만에 만났던 가을밤에 이적과 양희은이 같이 한 '꽃병'을 여러 번 들었었다.


'시절은 흘러가고

꽃은 시들어지고

나와 그대가 함께였다는게

아스라히 흐려져도

어느 모퉁이라도

어느 꽃을 보아도

나의 맘은 깊게 아려오네요

그대가 준 꽃병'


내가 말하지 못할지라도 누군가 말해주고 있으므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상을.

겨울이 다 되어서야 이 글을 써서 미안하지만, 만나서 기뻤어요. (이건 시시하지 않았었구나...)


 한동안 만나지 못한 분들, 겨울이 지나가면 만나서 저를 기쁘게 해주십시오. :)

겨울은 지나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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