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me a gravedigger.

2016.07.13 10:33 from 분류없음




넓은 2층 테라스는 전원주택의 로망 중 하나라는데, 우리가 살아 본 바 거기서 할 일이 별로 없다.(참고로 지금 살고 있는 집 테라스는 안방 1.4배쯤) 빨래를 널기에도 1층 세탁기와의 동선이 멀고, 넓은데 그늘은 없다보니 나가서 차 한 잔 마시기에도 적당치 않고...


어쨌든 우리집의 드넓은 테라스는 유리 난간으로 둘러져 있다. 방 안에서 보면 낮이고 밤이고 바깥 경치가 예쁘게 잘 보인다. 밤에 멀리 마을에 반짝이는 불빛을, 나무에 걸리는 달을 침대에 누워서 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호사로, 볼 때마다 경이롭다. 내가 집 지을 땅을 고를 때 언덕 중턱의 땅을 고집하게 된 이유가 되었고... 여기 이사와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듯이 창밖의 초록색은 마음의 위안이다. 창 밖 풍경은 길어야 몇 주 좋다고 누가 그랬는데, 나는 '여기 와서 일년 반 동안 매일 창 밖을 바라보는 게 좋았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모두 좋을 수 만은 없고, 그 유리난간은 새들에게 죽음의 벽이다. 작년에는 한 마리였던 것 같은데, 난간 옆 소나무가 좀 자리를 잡은 탓인지 올해는 벌써 5마리가 황천으로...--; 그 중 1마리는 박쥐였.......

오늘 아침에도 한 마리 뒤꼍에 묻어주고 왔는데 나름 예를 갖춰서 띄엄 띄엄 묻어주다 보니 이젠 약간 어딜 파야 하지라고 고민되는 웃픈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애들이 땅파는 놀이를 하다가 유골(이면 다행이게... rotting corpse면...)이라도 발견할까봐 무섭다. 흑흑. 


키우던 개가 죽었을 때만큼 마음이 아프진 않지만 어쩐지 인간족의 잘못이고 내 잘못이란 생각이 들어 묻어줄 때마다 미안하다. 집 짓는 것 때문에 알아본 바로는 테라스와 평지붕은 결국 누수를 부른다기에 우리집을 지을 때 테라스를 만들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든 유리난간은 후보에서 모두 제외하는 걸로 한다.


오늘의 사망조를 애도하면서 유리난간은 그늘막용 비닐로 소나무 옆 부분을 일부 가려버렸다. 진작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게을렀고 무심했다. 이제 더 이상의 사상이 없기를. 그리고 no more grave digging!







Posted by 깊은곳으로 트랙백 0 : 댓글 0